가치와 가격 – 와타미님
투자자가 되고픈 저에게 참 많은 배움을 주시는 와타미님의 글을 또 살짝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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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근처에 큰 호프집이 하나 있는데, 이 호프집은 장사가 잘 되는 편이어서 이 호프집 주인은 매년 10억원의 돈을 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호프집은 그동안 돈을 많이 벌다보니, 자가사업장 건물을 비롯해 보유현금, 집기비품 등의 자산가치가 100억원에 달하고 은행차입금 등 부채는 40억원에 불과하여 지금 바로 청산해도 60억원의 순자산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사장님이 호프집 사업을 그만두고 싶어서 이 사업체를 30억원에 팔겠다고 여러분한테 제안을 하였다고 합시다. 여러분들은 이 사업체를 30억원에 인수하시겠습니까 ?
아마 여러분들 대부분은 이게 왠 횡재냐 하고 빚을 내서라도 매수를 하실 겁니다. 그 근거는 매년 10억원을 벌게 되므로 30억원의 투자금액은 3년이면 회수가 되고, 자산가치면에서도 현재의 가치가 60억원이나 되는 순자산을 30억원인 반값에 사기 때문이죠. 그럼 30억원이 아니라 50억원이라면 사시겠습니까 ? 그래도 적극적으로 매수를 검토하시겠죠 ? 5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하고 현재의 순자산가치 보다 저렴하게 사게 되는 것이니까요 ? 현실적으론 이 호프집은 권리금까지 반영되어 100억원 이상에 매물로 나올 겁니다. 이 경우 100억원을 투자하면 매년 10억원을 벌게되니 연 수익률은 10% 정도로 합리적인 수준이 될 듯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호프집이 상장사로 공개되었다고 해보죠. 이 주식의 시가총액이 30억원입니다. 이 주식을 사시겠습니까 ? 시가총액이 좀 올라서 50억원이 되었다면요 ? 그런데 막상 이 주식을 사시는 것은 주저하실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주식을 살때는 이러한 가치와 가격의 비교 개념하에서 투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식의 경우를 예로 들어 가치와 가격을 비교하는 대표적인 네가지 판단기준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이 네가지 지표의 개념은 여러 가지 투자판단을 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첫째, PER의 개념입니다. PER=시가총액/순이익 으로서 주가/주당순이익 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발행주식수에다 주가를 곱한것으로서 회사를 전부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불해야할 가격입니다. 즉 시가총액이라는 것이 투자자가 지불하는 가격의 개념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또 수익률은 1/PER 라고도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PER가 매우 높게 되면 회수기간이 길어지고 기대수익률은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PBR의 개념입니다. PBR=시가총액/순자산입니다. 즉 현재 시점의 회사의 순자산가치와 투자자가 지불하는 가격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것으로, 현재 시점에서 주주의 지분가치를 나타냅니다. PBR 이 1.0 보다 작다는 것은 현재 시점의 장부가격 보다도 낮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죠.
셋째, ROE의 개념입니다. ROE=순이익/순자산 으로서 이것은 순자산의 증가율을 말합니다. 즉 순자산은 주주의 몫을 얘기하며 ROE 는 순자산의 증가율을 나타내므로, 매년 ROE 만큼 주주의 몫이 증가된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즉 어떤 기업의 장기적인 ROE 가 평균 20% 수준이라면 이 회사의 주가상승율은 장기적으로 연 20% 정도가 된다는 것이죠. 왜냐면 주주의 몫인 순자산이 매년 20%씩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배당수익률의 개념입니다. 배당수익률 = 주당배당금/주가입니다. 어떤 회사의 주당 배당금이 100원 이었는데, 주가가 2,000원이라면 배당수익률이 5% 이지만, 주가가 폭락하여 1,000원이 되었다면 배당수익률은 10%가 되어 투자매력도가 매우 올라가게 됩니다. 즉 이 주식은 현금으로 받는 배당만으로도 정기예금 금리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투자대안이 되는 거죠.
이런 네가지의 개념은 결국 가치와 가격을 비교하여 가치 대비 저평가된 투자대안을 찾는 방법으로서 합리적인 투자방법이라 판단됩니다.
물론 이 방법을 적용할 때는 단순히 산식에 나타난 하나의 지표로만 투자판단을 하여서는 안되고, 여러 가지 지표를 복합하여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현재나 과거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향후 장기적인 이익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서두 호프집 인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향후에도 매년 10억원의 돈을 벌수 있느냐 하는 판단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가 될 것입니다.
최근 이익 대비 PER 가 3배 수준인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낮게 평가되는 것은 현재는 이익이 높지만 향후 이익은 이에 크게 못 미칠것이라는 우려감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PER 가 15배를 초과한다는 것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인데, 이는 현재의 이익 보다 향후 이익이 크게 늘어날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향후 이익 추세가 양호하면서도 PER 가 낮은 주식이 가장 투자매력도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 다음 PBR 과 ROE 의 상관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회사의 PBR 이 0.7 이고 ROE 는 15% 인 회사의 주식을 샀다는 것은, 매년 15%의 이자를 주는 채권을 액면가의 70% 수준에 샀다는 것입니다. 즉 정말 이 회사의 ROE 가 장기적으로 15%를 기록한다면 이 투자자는 매년 15% 이자에다 덤으로 자산을 할인해서 산 효과를 수익률로 보상받게 됩니다. 이것을 예금과 비교해보면, 예금은 매년 4% 이자를 주는 채권을 액면가 제 값 다 주고 산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예금은 시가변동이 없지만 주식은 시가변동이 단기적으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죠. 이는 ROE 가 3-4% 정도로 매우 낮은 회사의 주식은 PBR 이 아무리 0.5배 이하로 저평가되었다 하더라도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10% 중반 수준의 ROE 의 기업을 PBR 1.0 이하에서 살 수 있다면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 대표 우량기업들의 PER 는 10배 수준이고, ROE 는 15% 에 PBR 은 1.5 정도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보다 더 싼 주식도 여전히 많습니다. 이는 주식에서 얻을 수 있는 평균 수익률이 10% ~ 15% 정도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PER 가 20배 정도인데, 이는 수익률로 환산하면 5% 수준이 됩니다.
그럼 대안으로는 어떤 대상이 있습니까 ? 예금이나 국공채가 있습니다. 예금과 국공채는 앞에서 언급한것처럼 기대수익률이 4% 정도입니다. 또 대표적인 투자대상인 부동산의 경우 특히 아파트는 사용가치와 희소성이 있긴 하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위 4가지 지표를 대입해보면 매우 비싼 투자대상임을 상식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싸다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다만 가격이 계속 오를것이라는 기대심리에 의해 시세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용가치를 제외한 투자가치로만 본다면 부동산의 가격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수준입니다.
2000년초 우리는 IT 버블을 겪었고, 최근에는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성장성이 높아도 PER 50배, PBR 5배의 기업에 투자해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단기적인 수급에 의해 주식, 부동산의 가격이 버블과 침체를 겪을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가치에 수렴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저금리가 지속되고 우리 기업들의 ROE 가 두자리수를 유지하면서 PER 가 10배 이내 수준이라면, 예금 보다는 주식의 투자매력도가 여전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년 1000만원을 연 4% 금리에 20년간 투자하여 노후자금을 마련했을 때와, 수익률이 10% 였을 때의 미래가치는 매우 큰 차이로 나타납니다.
반면 부동산의 경우는 현재 베이붐세대인 40대들의 주택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향후 인구가 정체되고 주택공급이 꾸준히 늘어남을 고려한다면, 상식적으로 수익가치와 자산가치 대비 현재 가격이 비싼 상황하에서 투자매력도는 점점 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투자목적으로 부동산에 높은 비중으로 장기투자 하여 노후에 대비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시세가 상승하는 한, 현재의 가격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격 상승이 멈추고 임대수익을 통해 수익률을 실현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수익가치를 따져보면 부동산의 투자매력도는 매우 낮아질 수 밖에 없으며, 그 때는 수익가치에 걸맞는 가격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과정에서 우리는 유사 사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즉 부동산의 PER (투자비/임대수익) 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며, 결국 PER 는 적정 수준 (15 – 20배) 수준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투자대안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데, 시세의 변동과 군중의 심리속에서 올바른 원칙과 기준을 갖추지 못하게 되면 시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네가지 기준은 그 선택의 기준을 마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